'넷플'보다 낫다…K드라마 살린 '해외 로컬 OTT'

입력 2023-11-13 18:10   수정 2023-11-21 16:39


국내 1위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은 지난 3분기 ‘깜짝 실적’을 냈다. 매출 2174억원, 영업이익 219억원으로 2분기(매출 1634억원, 영업이익 162억원)보다 각각 33%와 34.4% 늘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추정한 평균치보다 매출은 360억원, 영업이익은 40억원을 웃돈 수치다.

국내 콘텐츠 시장이 침체에 빠진 것은 물론 드라마 콘텐츠 부문 세계 최강인 넷플릭스도 뒷걸음질 치는데, 스튜디오드래곤은 이 많은 돈을 어디서 끌어모은 걸까. 비밀의 열쇠는 지난 9월 끝난 tvN의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소용없어 거짓말’에 있다. 국내에선 시청률이 2~3%대에 그쳤지만, 해외 141개국에서 시청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대박’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특이한 점은 ‘소용없어 거짓말’의 무대가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콘텐츠(OTT)가 아니라는 데 있다. 이 드라마는 권역별로 ‘라쿠텐비키’(북미·유럽 등) ‘뷰’(동남아시아) ‘유넥스트’(일본), ‘프라이데이비디오’(대만) 등 로컬 OTT에 단독으로 공급됐다. 한국으로 치면 티빙, 웨이브, 쿠팡플레이, 왓챠 같은 지역 OTT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확보한 게 어닝 서프라이즈를 불렀다는 얘기다.

3년 새 K드라마 가격 3배↑
스튜디오드래곤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기준 전체 매출의 76.6%(약 1665억원)는 해외에서 나왔다. 2021년 35.1%, 지난해 56.1%였던 걸 감안하면 3년째 21%포인트씩 오른 셈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은 그 이유를 ‘로컬 OTT’로 설명한다. 라쿠텐비키, 뷰, 유넥스트 등 권역별 OTT에 판매하는 드라마 계약 단가가 높아진 덕분이다. 스튜디오드래곤 관계자는 “로컬 OTT에 판매한 신작 드라마 평균 판매 단가가 최근 3년 새 세 배 넘게 올랐다”고 말했다.

이렇게 장르별로 ‘타깃 시장’을 세분화하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로맨스 코미디 장르가 대표적이다. 스튜디오드래곤 관계자는 “동남아에선 ‘한국 로맨스 코미디는 믿고 본다’는 인식이 있다”며 “이런 장르를 동남아 로컬 OTT에 공급하면 다른 플랫폼보다 더 비싼 가격에 판매할 수 있다”고 했다. 올 들어 스튜디오드래곤은 퓨전 사극 ‘청춘월담’(2월), 법정물 ‘이로운 사기’(5월) 등을 이 같은 방식으로 공급했다.

스튜디오드래곤뿐만이 아니다. 그룹에이트와 판타지오가 만든 로맨스 드라마 ‘오늘도 사랑스럽개’도 해외에선 라쿠텐비키, 뷰, 유넥스트를 통해 공급하기로 했다. 지난해 선풍적 인기를 끈 SLL의 ‘재벌집 막내아들’도 국내에선 넷플릭스와 티빙 등을 통해 공급했지만, 해외 방영권은 라쿠텐비키에 넘겨줬다.
“해외시장 개척만이 살길”
국내 드라마 제작사들이 해외 로컬 OTT 잡기에 나선 건 내수시장 침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드라마 제작비는 천정부지로 늘어나는데 광고는 줄어들다 보니 지상파 3사는 드라마 제작 편수를 줄이고 있다. 아직 적자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 티빙, 웨이브 등 토종 OTT에 드라마는 버거운 숙제다. 국내 드라마 공급 편수가 지난해 135편에서 올해 115~120편(웹드라마 제외)으로 줄어들 것이란 전망(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은 이래서 나온다.

제작·투자사에 해외시장 개척은 ‘안 하면 죽는’ 생존의 문제가 된 것이다. 그렇다고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대형 OTT에만 의존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지식재산권(IP) 독점’ 때문이다. 이들 플랫폼에서 투자받아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어 주는 하청업체가 되면 드라마가 대박을 쳐도 제작사 수익은 얼마 되지 않는다.

반면 이렇게 권역별로 로컬 OTT와 계약을 맺으면 제작사가 계속 IP를 보유할 수 있다. 드라마 제작업계 관계자는 “로컬 OTT로 공급망을 다각화하면 특정 OTT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 수익 안정성을 추구할 수 있고, 굿즈 등 2차 창작물 등을 통한 추가 수익도 기대할 수 있어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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